【우리가 놓친 얼굴들】 밥 한 끼로 피어나는 존엄, 나의 느린 실천

  • 등록 2025.05.06 14: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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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하셨습니까?” 밥 한 끼로 연결된 삶들

세상에는 위로보다 밥이 먼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성동구에서 밥을 사주며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수입니다. 사람들은

저를 ‘밥 사주는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이 호칭은 어느덧 저의 삶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27년간 보험회사에 다니다 퇴직한 후 요양보호사로 일했고, 지금은 고립된 이들과의 식사를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삶을 이어가는 일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건 제가 힘들고 외로웠던 어느 날, 한 목사님께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받으면서였습니다. 출국을 앞두고 식사를 사주시며 건넨 위로는 제게 다시 살아갈 힘이 되었습니다. 그 경험 이후, 저

역시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2019년부터 ‘밥 사주는 삼촌’

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밥을 함께 먹으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요즘 사람들이 얼마나 고립되고 외로워하는지 절실히

느낍니다. 저는 조언보다는 공감, 설교보다는 밥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밥을 나누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타인이 아닌 ‘식구’가 됩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307명의 스토리를 가진 분들과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이 활동은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저를 믿고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처음부터 별도의 통장을 만들고, 매월 결산 보고서를 블로그에 투명하게 공개해 왔습니다. 후원금은 다시 밥이 되고, 따뜻한 마음이 되어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저는 세상의 셈법이 아닌, 하늘의 셈법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지난 2024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습니다.

 

 

그 여정에서 모은 후원금은 씨앗티움공동체에 전달했습니다. 씨앗티움은 느린 학습자들과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들이 함께 살아가며 회복을 꿈꾸는 공간입니다. 그 아이들이 일상을 배우고, 자립을 준비하며, 함께 밥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저는 이곳이야말로 진짜 회복의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한솥밥 식구’라는 씨앗티움의 가치는 제가 해온 활동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는 걸 느꼈고, 그래서

더 진심으로 후원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걷습니다. 배낭에 후원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적고, 그 걸음이 누군가의 삶에 닿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묻습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그 짧은 인사 속에, 저는 존중과 관심, 그리고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습니다. 밥 한 끼가 누군가의 인생을 다시 잇는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오늘도 믿습니다. 이 사회 곳곳에 또 다른 ‘밥 사주는 삼촌’이나 ‘밥 사주는 이모’가 생긴다면, 우리는 조금 더 버틸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김성수 | 씨앗티움공동체 활동가
27년간 보험회사에 근무한 뒤, 요양보호사로 돌봄 현장을 경험했다. 현재는 ‘밥 사주는 삼촌’으로 활동하며, 고립된 이들과 식사를 나누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 후, 느린학습자와 사회적약자의 회복을 돕는 씨앗티움공동체를 후원하며, 한 끼의 밥이 삶을 다시 잇는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눔의 길을 걷고 있다.

 

 

 

정안뉴스 유현진 기자 |

유현진 기자 on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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