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질랜드 국회의 한 여성 의원이, AI로 만들어진 자신의 나체 사진을 공개하며 딥페이크 범죄의 실상을 고발한 사건이 국제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한국의 교실 안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디지털 괴롭힘이 느린학습자 친구들을 침묵시켜왔다.
이에 한국 최초로 느린학습자 및 경계선지능인 등 사각지대의 지원해온 씨앗티움공동체는 국내에서도 딥페이크를 활용한 학내 따돌림과 조롱을 처벌 가능한 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내고,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률 정비를 촉구하고 나섰다.

"느린 친구는 표정 하나로 놀림당하고, 이제는 AI로 변형까지 됩니다"
씨앗티움공동체에서 심리·생활지도를 맡고 있는 권오민 상담사는 최근 내담한 한 학생의 사례를 꺼냈다.
"학교에서 무리한 동작을 시켰던 체육 시간 영상이, 이후 AI 프로그램을 통해 조롱 이미지로 확산됐어요.
머리를 합성하거나 이상한 배경에 삽입해 공유했고, 단톡방에서는 ‘이게 더 진짜 같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이 학생은 경계선지능 판정을 받은 18세 A군으로, 이미 감각 과부하와 사회적 불안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딥페이크 조롱 이미지가 유포되면서 급격히 말이 없어졌고, 학업과 외출도 중단된 상태다.
"AI 조롱은 교묘하지만, 뿌리는 명백한 폭력입니다"
권 상담사는 “딥페이크 기술이 무서운 건, 비웃음의 방식을 ‘창의적으로’ 만든다는 것”이라며 심각성을 설명했다.
"교사나 부모는 그냥 장난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학생 본인은 자기 얼굴이 AI로 이상하게 바뀐 장면을 10번, 100번 봅니다.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디지털 학대입니다."
"법은 아직, 아이들보다 느립니다"
현행 한국 법제는 딥페이크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데 한계가 있다.
2021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성적 딥페이크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었지만, 성적 이미지가 아니거나, 미성년 대상의 조롱/왜곡 합성물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이 친구들은 ‘성적 피해’가 아니니까 법이 지켜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뇌리 속에 각인된 모멸감은 훨씬 오래갑니다.”

씨앗티움공동체의 제안: "‘비동의 합성물’도 범죄로 보라"
씨앗티움공동체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회적 제안을 내놓았다.
1. 비동의 합성 이미지 조작 및 유포에 대한 처벌 규정 신설
2. 느린학습자·장애 학생에 대한 디지털 괴롭힘 가중처벌 조항 마련
3. 학교 단위 AI 활용 교육 시, 디지털 윤리·인권교육 의무화
권 상담사의 마지막 말
"아이들끼리 AI를 쓰는 시대입니다.
근데 아직도 어른들은 ‘장난’이라고 넘깁니다.
딥페이크로 누군가를 놀리는 건 디지털 왕따이자, 범죄입니다.
더 이상 늦지 않게, 이 아이들을 지킬 법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기자의 한마디 | 정안뉴스 유현진 기자
딥페이크 기술은 이제 전문가의 손에서 벗어나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일상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그 기술이 향하는 방향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그 피해는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우리는 이 기술의 무기가 아닌 윤리의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