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책판박물관(관장 안준영)이 주최한 특별 강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안정주 기획실장의 사회로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영각사의 역사적 의미와 전통 목판 출판 문화의 가치를 조명하는 학술·문화 행사로 마련됐다.
천년 고찰 영각사와 박물관의 공간적 의미
이산책판박물관은 영각사 입구에 위치해 있으며, 전통 판각을 연구·전시하는 전문 공간이다. 영각사는 876년 신라 헌강왕 2년에 심광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 고찰로,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2교구 본사 해인사의 말사로 등록되어 있다. 특히 화엄각과 판전의 역사로 잘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자료에 따르면 1689년 화엄경을 간행했으나 1770년 화재로 경판이 소실되었고, 이후 설파 상언의 명으로 1774년부터 다시 판각을 시작해 1775년 완성 후 장경각에 안치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연담 유일의 「안의영각사화엄각신건기」에는 “이 절은 명산 거찰로서 영호남의 중간에 위치하므로 전국 제방으로부터 인경 거리의 균형을 고려하여 정한 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어, 영각사가 영남과 호남을 잇는 전략적 경전 유통 거점이었음을 보여준다.
260년간 12종 불서 간행… 판전 중심 사찰의 위상 재조명
영각사는 1536년부터 1797년까지 약 260년간 12종의 불서를 간행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특히 120권에 달하는 『대방광불화엄경소초』 간행은 이곳이 단순 사찰을 넘어 경전 유통과 판전 문화의 중심지였음을 입증한다. 2024년 4월 14일 불교미술사학회 학술대회에서는 대구대학교 박광헌 교수가 조선총독부 박물관 자료 속 영각사 화엄전 사진과 가람 배치도를 재조명하며 화엄각의 역사적 실재를 확인했다. 이는 영각사 화엄각의 학술적 당위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 성과로 평가된다.
김철범 교수 특강… 『식암집』과 18세기 목판 출판 구조 조명
이날 특강은 경성대학교 부총장을 역임한 김철범 교수가 맡았다. 현재 ‘우리 옛문헌 공작소 호고재’를 운영하며 고문헌 발굴과 번역, 대중화 작업에 힘쓰고 있는 김 교수는 『식암집』 출간 과정을 중심으로 18세기 목판 출판의 간역 구조와 각수 및 공인의 역할을 심도 있게 설명했다. 특히 각수(刻手)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전통 출판의 핵심 인재이자 문화 전승의 주체였음을 강조했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서 고려 대장경, 조선시대 불경과 유교 책판에 이르기까지 각수는 출판문화의 중심적 존재였다는 점을 재조명했다.
복원은 문화적 정당성… 영남 기반 연구 확대
행사에서는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며 소실·훼손된 문화유산 복원이 단순 복원이 아닌 문화적 정당성과 시대적 요구임을 재확인했다. 또한 대장경문화학교가 운영하는 완판본문화관과 MOU를 결성한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는 2019년부터 부산 경성대를 중심으로 판각 활동해 온 회원들과 함께, 이산책판박물관 운영 단체인 대장경문화학교의 영남 지역 기반 소모임이 준비될 예정이다. 기존 전주 지역 기반 완판본연구회를 이어 부산을 거점으로 한 연구 네트워크가 확장될 전망이다.
안준영 관장은 마무리 인사를 통해 “과거 판각 문화의 전통을 오늘의 연구와 복원으로 잇는 연결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특강은 영각사의 역사적 위상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하고, 고인쇄 출판 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한 의미 있는 자리로 호응을 얻었다.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