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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시간을 새기는 사람 "배움에는 끝이 없다" 목우(木友) 정운복(鄭雲福)

"법명 본연(本然), 이 법명은 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석주 스님으로부터 받았다."
"성명 정운복(鄭雲福) 호는 목우(木友), 나무를 벗 삼아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담은 이름이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목공방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자치센터에서 주 3회 서각 지도를 하고 있는 그는 수십 년간 목조각과 서각 작업에 매진해 온 장인이다. 나무와 칼, 그리고 시간 앞에서 성실히 자신을 단련해 온 삶. 그런 그가 최근, 또 하나의 새로운 길 앞에 섰다. 바로 판각이라는 전통 장르다.

 

이 새로운 도전의 시작은 뜻밖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한국서각협회 고문이신 미목 이주강 선생님의 권유로 이번 해인사 장경도감 판각학교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오랜 세월 목조각과 서각을 해왔지만, 판각은 그에게도 낯선 세계였다. 설렘과 동시에 경외심이 앞섰다. “수십 년을 작업해 왔지만, 판각은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도의 집중력과 극도의 섬세함이 요구되더군요. 그 점이 가장 어렵습니다.”

 

이번 판각 작업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선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해인사 대장경의 정신을 오늘의 시간 속에서 다시 새기는 일, 그 자체가 하나의 수행이자 역사적 실천이다. “선조들께서 國泰民安(국태민안)을 기원하며 조성한 대장경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 전통을 잇는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크나큰 영광입니다.”

 

그는 옛 대장경을 마주할 때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좋은 공구나 조명도 없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고르고 정확하며 섬세하게 새길 수 있었는지…. 그저 숙연해질 뿐입니다.” 자신이 걸어온 길과 성과에 대한 자부심은 분명하다. 그러나 판각이라는 새로운 장르 앞에서 그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판각을 배우며 깨닫습니다. 배움의 길은 정말 끝이 없다는 것을요.”

 

그는 오늘의 시대를 ‘정보의 홍수’라 표현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과연 무엇이 남는지를 묻는다. “지금의 정보는 흘러가는 물 같고,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습니다. 볼 때는 아는 것 같지만 돌아서면 남는게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참된 진리를 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활자책(기록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판각 전통기술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히려 이 시대에 더욱 필요한 기술이라고. 인터뷰 말미에, 그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이입니다. 십 년만 더 일찍 이런 인연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평생을 판각의 길에 바쳐온 안준영 각자장의 가르침을 배우며, 자신의 생애에 단 한 장의 경판이라도 남기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열심히 배워 제 생에 단 한 장의 경판이라도 새겨 후세에 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천년의 시간을 새기는 일. 그 앞에서 그는 오늘도 묵묵히, 다시 배움의 자리에 서 있다.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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