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 조계종 법보종찰 해인사가 팔만대장경 복각 불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천년의 법맥을 미래로 잇는 뜻깊은 여정을 열었다.
해인사가 출연한 사단법인 해인사 장경도감(이사장 혜일 스님)은 6월 14일, 경남 합천에 위치한 해인사 판각학교(구 해인초등학교)에서 ‘팔만대장경 복각을 위한 전통각법 교육’ 고불식을 봉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해인사 혜일 주지 스님을 비롯한 해인사 스님들, 교육 강사진, 수강생 등 약 200명이 참석해 전통 기술 계승에 대한 깊은 의미를 되새겼다.
장경도감은 지난해 해인사 혜일 주지 스님의 발원으로 판각학교를 개설하고, 해인사 출가자를 대상으로 한 전통각법 교육을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일반 대중에게도 교육의 문을 열어, 불교 전통기술의 대중화와 문화유산의 사회적 공유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혜일 스님은 치사를 통해 “과거 초조대장경과 재조대장경이 외세의 침략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조성된 것처럼, 오늘날에도 국제정세 불안과 핵전쟁 위협, 기술의 이기적 사용 등 인류의 위기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팔만대장경 복각은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기는 그 마음으로 중생과 함께 성불의 길을 걷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판각학교장 진각 스님도 환영사를 통해 “이번 복각 불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기반한 수행의 연장선”이라며 “참여하는 대중 모두가 걱정을 내려놓고 진심을 다해 수업에 임해달라”고 전했다.
팔만대장경연구원장 경암 스님은 고불문에서 “이 불사는 단순한 기술의 재현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을 자비로 어루만지는 실천”이라며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새기고, 흐트러짐 없이 마음을 가다듬는 수행의 결사”라고 밝혔다.
이번 교육에는 ‘초조대장경’과 ‘삼국유사’, ‘첨품묘법연화경’ 복원 사업에 보조각수로 참여한 전문가들이 강사진으로 함께한다. 안준영 이산책판박물관 관장이 각자장을 맡았고, 이산책판박물관 안정주 기획실장이 강사로, 김상욱·안은주 씨가 보조 강사로 참여해 전통각법 교육의 질을 더한다. 안준영 각자장은 “글자를 새길 때마다 내면의 탐·진·치가 씻겨 나가길 바란다”며 “천년 후 누군가가 이 경판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교육은 고불식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5일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조각도 연마, 등재본 부착 등 기초 과정부터 ‘금강경’·‘화엄경’ 등 대장경 서체를 반서각 기법으로 음각하는 실습까지 포함된다.
팔만대장경 복각 불사는 단순한 복원 작업을 넘어, 불교 정신과 문화유산의 전승, 그리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수행이자 발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