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경도감에서 진행중인 팔만대장경 판각 교육 과정이 전통 기록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포항에서 무릉서각을 운영하며 서각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목은 김영미 작가는 해인사 판각학교에 참여하며 전통 판각의 깊이를 직접 체험하고 있다.
김영미 작가는 평소 서각과 선각 작업을 주로 해오던 가운데 해인사 팔만대장경 복각 소식을 접하며 안준영 각자장반(이산책판박물관 관장)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는 “항상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고 전통 각(刻)에 대한 관심이 컸다”며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역사적이고 의미 있는 작업에 참여하고 싶어 판각학교에 오게 되었다”고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판각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에 대해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전통서각의 깊이를 다시 느끼게 되었다”며 “한 획 한 획 새김질을 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경건함과 감사함을 느끼고 수행하는 마음으로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왕복 4시간의 거리를 달려 해인사로 향하는 월요일이 저에게는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하루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서각과 판각의 차이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서각이 보이는 형태 그대로 글과 그림을 표현하는 작업이라면 판각은 인쇄를 전제로 글자를 반대로 이해하고 새겨야 하는 작업”이라며 칼을 사용하는 방법이 처음에는 비슷하게 보였지만 다름을 느꼈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집중해야 하는 과정 속에서 전통각의 힘과 깊이를 다시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 서각을 하던 습관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배움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인사라는 공간에서 판각을 배우는 의미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회를 전했다. 그는 “팔만대장경 목판 인쇄의 전통이 살아있는 해인사에서 판각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전통을 기초부터 다시 배우는 수행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서각을 하는 사람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스스로를 다듬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판각 수업 이후 고려대장경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김 작가는 “예전에는 단순히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한 획 한 획의 정교함과 방대한 작업량을 떠올리게 된다”며 “마치 한 사람이 새긴 것처럼 오차가 거의 없는 결과물에 대해 깊은 존경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판각을 배우며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속도보다 방향’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빠르게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판각은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조급한 마음은 결과물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판각 같은 전통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 작가는 “오늘날 우리는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져 과정보다 결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판각은 우리 문화와 정신을 이어주는 기록문화의 뿌리이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연결고리”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은 계속 변화하지만 전통 기록문화는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로 남아 후손들에게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해인사 장경도감 판각학교를 통해 우리 전통의 깊이를 다시 이해하게 되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 소중한 가치를 배우고 이어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더 깊이 정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안뉴스 안정주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