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후보들이 ‘경계선지능인’, 이른바 ‘느린학습자’에 대한 지원 공약을 나란히 발표했다. 그간 제도 밖에 머물러 있던 이들이 대선 공약을 통해 정치권의 공식 논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영할 만한 변화라는 평가와 함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우려는 ‘현실성’이다. 자립을 말하면서도 ‘주거’, ‘삶의 기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주거 기반 없이 자립은 말뿐입니다” 기자는 지난달 유현진 씨앗티움공동체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2024년 12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경계선지능인 국제 컨퍼런스’ 무대에도 연사로 참석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연단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집이 없으면 소용없습니다. 느린학습자에게 자립이란 단순히 교육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오늘 밤 잘 수 있는 방과 함께 밥을 먹는 사람, 아플 때 갈 수 있는 병원이 있는 구조에서 시작됩니다.” 씨앗티움공동체는 실제로 경기도 광주에서 민간주도 사회주택 ‘우리집’을 운영하며 느린학습자 청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단순한 ‘보호’가 아닌, 살면서 배우
세상에는 길을 잃은 이들이 있다.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막상 한 걸음을 떼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이들.그들은 수십 번, 수백 번 마음을 다잡은 끝에 겨우 문을 연다. 경계선지능 청년들, 이른바 느린 학습자들이 그렇다.평균보다 느린 이해력, 더딘 손놀림. 그러나 그들이 견뎌야 하는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홀로 살아야 하고, 일해야 하며, 인간관계를 맺어야 한다.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기다림을 허락하지 않는다.빠르고, 정확하며, 효율적인 삶을 강요할 뿐이다. 나는 미얀마에서,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던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스스로 살아가려는 의지는 넘쳤지만, 손을 내밀어 줄 이 없었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던 이들.느린 학습자 청년들의 걸음을 볼 때마다, 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다.구조란 단순한 손길이 아니다.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곁을 지키는 일이다. 씨앗티움공동체가 운영하는 사회주택 '우리집'은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구조선이다.이곳은 느린 학습자 청년들이 삶을 연습하는 공간이다.실패를 허용하고, 반복을 지지하며, 느린 걸음을 존중한다.장을 보러 가고, 밥을 짓고, 쓰레기를 분리하는 일상.누군가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