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길을 잃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마음 둘 곳 없이 자란 아이들.
어떤 아이는 집에 있어도 외롭고, 어떤 아이는 자기를 설명할 언어조차 갖지 못한 채 어른이 됩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복지정책도 교육개혁도 아닙니다.
먼저, 곁에 앉아줄 한 사람.
기다려줄 시간.그리고 마음이 쉴 수 있는 자리입니다.
경기도 광주시의 작은 골짜기 ‘생골’.
이곳에서 한 여인이 ‘마음의 고아원’을 짓고 있습니다.
이정신 관장, 아동문학가.
그녀는 자신이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스스로를 붙잡기 위해
기도시를 쓰며 버텼던 시간을 떠올립니다.
그 시절의 눈물은, 지금 누군가의 삶을 일으키는 글이 되었습니다.

2015년, 그녀는 아무도 눈길 주지 않던 빈 땅에 작은 문을 열었습니다.
폐버스를 고쳐 만든 ‘동화버스’, 민화를 그린 벽면, 시가 적힌 작은도서관의 벽면.
그녀가 손수 만든 이 마을은 단순한 문화공간이 아니라 치유의 흐름이 흐르는 곳이 되었습니다.
여기선 동화가 상담이 되고, 벽화가 고백이 되며, 손글씨 하나가 존재의 확인이 됩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나 여기 있어도 돼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정신 관장은 생골을 ‘마음의 고아원’이라 부릅니다.
지켜주지 못한 어른으로서의 사죄이자, 다시 함께 걷겠다는 다짐입니다.
2024년, 생골문화마을은 경기도문화재단의 에코뮤지엄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작은 마을의 시간과 풍경,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하나의 문화적 기억, 치유의 유산이 되었습니다.

마을이란 무엇일까요?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품는 일이라면 생골은 지금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정신 관장은 오늘도 동화를 씁니다.
한 아이가 다시 자기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다시 말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그리고 묻습니다.
“너는 괜찮니?”
말없이 덧붙입니다.
“괜찮아, 너는 소중해.”

이정신 | 생골문화마을 관장, 아동문학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기도와 시로 삶을 붙들며 자라난 경험을 바탕으로 아동문학의 길에 들어섰다.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쓰인 글이 깊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글을 써왔다.
2015년,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생골’에 치유형 마을공동체를 조성해
문화로 사람을 회복시키고 마을을 다시 숨 쉬게 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삶을 품는 글, 사람을 살리는 마을을 꿈꾸며
오늘도 글을 쓰고 공동체를 가꾼다.
정안뉴스 유현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