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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우리가 놓친 얼굴들 5화 / 가야옥식혜 대표 김주영】 식혜 한 병의 귀향 — 고령 청년 김주영, 지역과 함께 끓이는 미래

어머니의 손맛에서 시작된 식혜 브랜드, 지역을 살리고 느린학습자와 나누는 삶으로 자라나다

“식혜 하나 끓이는 데 뭐 그리 대단한 게 있냐고요? 그런데요, 저는 거기에 인생을 걸었어요.”

 

경상북도 고령. 이 한적한 지역에서 요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브랜드가 있다.
이름도 정감 있는 ‘가야식혜옥’. 젊은 청년이 전통음료 식혜를 들고 지역을 일으키고 있다.

 

김주(26) 대표는 이 식혜 브랜드의 시작과 현재를 모두 홀로 일궈왔다.
그의 창업 동기는 매우 단순했다. 특별한 사업계획서도, 대단한 마케팅 전략도 없었다.

 

“어머니가 명절마다 식혜를 해주셨거든요. 정말 정성껏요. 그걸 친구들한테 나눠줬더니 ‘이거 사업해도 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말이 계속 맴돌았죠.”

 

그렇게 시작한 ‘가야식혜옥’은 단순한 제품 사업이 아니라, 김 대표의 청춘을 담은 삶의 방식이 되었다.

 

 

느리더라도, 바르게 — 청년의 양심이 담긴 한 잔
김 대표가 만든 식혜는 일반적인 시장 음료와 다르다.
‘느리더라도, 바르게’라는 슬로건처럼 시간이 더 걸려도, 정직한 과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설탕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연의 당화 과정을 그대로 살려낸다.
단호박, 비트, 귀리 같은 국산 농산물을 식혜에 넣는 실험도 이어가고 있다.
그가 강조하는 건 “누구나 마셔도 괜찮은 식혜”, “아이부터 노인까지 안심할 수 있는 음료”다.

 

“식혜는 사실 굉장히 정직한 음료예요. 뭘 넣었는지가 다 드러나거든요.

그래서 더 책임감을 갖고 만들게 돼요.”

 

 

‘고령’이라는 뿌리를 붙잡은 청년
그는 대도시로 진출하는 대신, 고령에 뿌리를 내렸다.
서울보다 빠르고 화려한 길은 많았지만, 김 대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따르는 선택을 했다.

 

“외가가 고령이고, 고령 쌀이 맛있기도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땅에서 이 땅으로 만든 식혜를 세상에 소개하는 일이죠.”

 

김 대표는 고령에서 청년 농업인들과도 연결되고, 농산물 유통 관계자들과도 직접 소통한다.
단순히 음료 하나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고령이라는 땅의 경제 생태계를 끌어안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역과 나누는 식혜 — 공동체와 학교, "이웃과 다음세대로"
김 대표는 최근 느린학습자와 경계선지능 청년들을 위한 씨앗티움공동체의 스포츠행사에 식혜를 후원했다.
그의 식혜는 청년들과 가족들이 함께한 작은 운동회에, 시원한 응원 한 모금이 되었다.

또한 그는 고령 지역 초등학교와 교육기관 등에서 직접 ‘전통식음료 만들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식혜를 만들며 전통의 맛과 지역의 가치를 나누는 시간이다.

 

“이런 활동은 저한테 광고가 아니라 감사예요.
제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던 것도 누군가가 제게 주었던 보살핌 덕분이잖아요.
이제는 저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 대표는 “사업이 더 커지면, 느린학습자 친구들, 지역 아동들과도 함께 더 많은 나눔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식혜는 단지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고 돌보는 도구였다.

 

 

고향을 지키는 젊은 일꾼의 꿈
요즘 지방 청년 인구는 줄어들고, 지역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그 한복판에서 고군분투하며 '지역에서 청년이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여기 남기로 한 거, 쉽지 않았어요. 근데 고령에서 계속 사는 게 제일 김민성다운 길이더라고요.”

 

이런 그의 삶은 지역방송 대구MBC의 향토기업 소개 프로그램에도 소개됐다.
방송은 ‘고향을 지키는 청년 일꾼’이라는 주제로, 김 대표의 일상과 제품 철학, 그리고 지역과의 상생 노력을 조명했다.

 

 

그는 단순한 매출보다는 ‘문화로 수출되는 K-음료’를 꿈꾼다.
그 안에는 한국 농산물, 전통 발효 방식, 그리고 청년의 땀이 담겨 있다.

 

“식혜 한 병이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의 정직한 맛'으로 느껴졌으면 해요.
그리고 그게 고령이라는 지역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세상이 알게 되면, 그걸로 충분하죠.”

 

김주영 대표의 이야기는 결국, 한 병의 식혜에 담긴 정성의 시간이자
고향과 이웃을 잇는 따뜻한 청년의 기술이었다.

 

“제가 잘 되면, 저만 잘 되는 게 아니에요.
식혜가 잘 팔리면 고령쌀이 알려지고, 지역 농민도 함께 가고,
그리고 느린학습자 친구들에게도 ‘세상이 너희 편이야’라는 걸 전할 수 있거든요.”

 

김주영 | 가야식혜옥 대표
김주영 대표는 어머니의 손맛에서 출발해 ‘가야식혜옥’을 창업한 청년 사업가다.
‘느리더라도 바르게’라는 철학으로 고령의 농산물을 활용해 건강한 전통음료를 만든다.

최근에는 씨앗티움공동체 행사 등에 식혜를 후원하며,

지역과 느린학습자를 위한 사회공헌에도 참여하고 있다.

 


정안뉴스 유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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