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심근경색 후 지역가입자 사망률 더 높아… “소득·고용 형태가 생존율 가른다”

급성 심근경색을 앓은 환자 중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사망률이 직장가입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강희택 교수(가정의학과)와 중앙대학교병원 원호연 교수(순환기내과)가 공동 진행한 연구 결과, 급성 심근경색 이후 건강보험 유형과 소득수준에 따라 사망 위험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 vs 지역가입자, 똑같은 병이라도 사망률 차이

이번 연구는 2007년 한 해 동안 급성 심근경색을 진단받은 3만 1,938명 중 다른 질환 영향이 적은 5,971명을 선별해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건강보험 가입 형태에 따라 직장가입자(4,329명)와 지역가입자(1,642명)로 분류하고, 각자의 **건강보험료 수준(소득기준)**에 따라 상·중·하위 그룹으로 나누었다.

13.5년에 걸친 장기 추적 결과, 지역가입자의 사망률은 직장가입자보다 11% 더 높았으며, 특히 지역가입자 중 소득 하위층은 중·상위층에 비해 34%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반면, 직장가입자 내부에서는 소득 차이에 따른 사망률 격차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의료 접근성과 건강 인식, 생존 격차에 영향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건강 불균형이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직장가입자는 정기적인 소득과 고용 안정성을 바탕으로 정기검진 참여율이 높고, 의료 서비스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의료비 부담과 낮은 건강 인식,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건강 악화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지역가입자 대상 건강정책, 보다 촘촘해져야”

강희택 교수는 “직업과 소득 수준에 따라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분명한 건강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증거”라며 “특히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가입자를 위한 건강 교육과 조기검진 정책 강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영양, 대사 및 심혈관 질환 ‘Nutrition, Metabolism & Cardiometabolic Diseases’ 최신호에 게재됐다.

같은 병을 앓더라도 어떤 보험에 가입되어 있느냐, 어느 정도의 소득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생존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건 사회적으로 큰 울림을 줍니다. 건강은 개인의 관리만으로 해결될 수 없습니다. 불균형한 구조 속에서 놓친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 지금보다 훨씬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정안뉴스 최진호 기자 |